파룬궁 탄압 다룬 애니메이션 ‘창춘’, 3개 부문 최종 후보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창춘: 영원한 봄(長春·Eternal Spring)’이 아카데미상 3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캐나다에서 아카데미상 후보를 선별하는 ‘텔레필름 캐나다(Telefilm Canada)’는 지난 8월 ‘창춘’을 각각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애니메이션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공식 출품했다.
‘저스티스 리그’, ‘스타워즈’ 코믹스 작품에 참여한 캐나다 영화감독 제이슨 로프터스가 중국 출신 유명 만화가 궈징슝(郭競雄)과 함께 6년에 걸쳐 만든 ‘창춘’은, 애니메이션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하고 세련된 연출을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창춘: 영원한 봄’은 지난 5월 북미 최대 다큐 영화제인 ‘캐나다 핫닥스(Hot Docs) 국제 다큐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20여 년 전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지난 1999년,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수가 공산당원 수를 초월해 1억 이상으로 증가하자 위협을 느낀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은 3천여 개의 어용 언론을 동원해 대대적인 파룬궁 탄압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관영 방송은 수많은 가짜뉴스를 제작해 중국인들을 오도했고,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창춘 지역 수련자들은 2002년 3월 5일 오후 8시경, 창춘시 케이블 방송에 진상을 알리는 영상을 삽입해 온 도시가 뒤집힌다.
이들은 ‘천안문 분신자살’ 등 중공 당국이 제작한 뉴스들이 가짜라는 것을 밝힌 증거 영상을 50분 가까이 방송했고, 당시 창춘 시민 약 10만 명은 이 증거 영상을 시청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파룬궁 탄압을 독단적으로 주도한 당시 국가주석 장쩌민은 극도로 분노해 “삽입 방송을 한 파룬궁을 발견하면 즉시 총살하라, 죽여도 좋다.”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후 창춘시 파룬궁 수련자 5천여 명이 납치됐다. 삽입방송에 직접 참여한 수련자 8명은 처참한 고문으로 잇달아 숨졌다.
최근 중공 당국이 만화가 궈징슝의 만화책을 금서로 지정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참여한 ‘창춘’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제자백가’, ‘수호지’, ‘이솝우화’ 등 전통 작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그가 파룬궁 수련자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창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고, 사망한 수련자들에게 진 마음의 빚 대신 만화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6년 전 로프터스 감독과 만나면서 박해에 저항한 창춘 수련자들의 용기와 인권을 주제로 심혈을 기울여 애니메이션 ‘창춘’을 제작했다.
그는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창춘’을 상영하는 동안, 아카데미상 심사위원 노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은 내 손을 잡고 영화가 너무 좋다고 했다. 1990년대에 장쩌민이 그들을 중국에 초청해 중국의 영화 제작자를 소개했고 그들은 중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런데 그들은 ‘창춘’을 보고 이 작품이야말로 실제로 그들이 홍보해야 할 ‘진짜 중국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감상한 수련자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한 여성 수련자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 감상 후에도 그녀는 스태프의 손을 꼭 잡고 오래도록 놓지 않았다. 그녀는 중국 감옥에서 자신도 박해받았다고 했다.”
”나는 상영 후 극장에 수많은 박해받은 파룬궁 수련자들의 영혼과 가족이 있음을 느꼈고, 상영 기간 그들을 열심히 찾았다. 이 영화에는 세상을 떠난 분들이 남긴 희망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다슝(大雄)’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궈징슝은 2019년 홍콩 시위 당시에도 홍콩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포스터를 그려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시민들은 그의 정의감 넘치는 포스터를 출력해 들고 다니며 용기를 냈다.
감독도 중공의 협박 받아
로프터스 감독은 ‘창춘’을 찍는 동안 중공 당국이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고 중국에 있는 그의 가족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창춘’을 제작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텐센트 측 우리 사업 파트너들에게 연락해 우리 회사와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했고 결국 거래가 끊겼다.”
그는 또 “중국에 사는 아내와 가족도 중국 공안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일종 협박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희생한 분들을 생각하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리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로프터스 감독은 ‘창춘’을 관람하게 될 관객들에게 전했다.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이 이야기에서 만나는 인물들에게서 감동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진실을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겪었고 희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유를 사랑해야 할 이유다.”
연이은 국제영화제 수상
이같이 중공 당국의 각종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창춘’은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지난 3월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최고상)’과 ‘인류가치상’ 수상을 시작으로, 4월에는 네덜란드 국제영화제 ‘무비즈 댓 매터(Movies That Matter)’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5월 북미 최대 국제다큐영화제 ‘핫닥스’에서는 225편 가운데 ‘최고 관객상’, 6월 미국 뉴저지 ‘라이트하우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7월 호주 멜버른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난관도 많았다. 일부 국제영화제는 중공 당국의 영향을 받거나 눈치를 보고 ‘창춘’을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각종 상을 받은 궈징슝은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상은 내 영화나 나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심사위원들이 23년 전부터의 파룬궁 박해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평가이다.”
‘창춘’의 아카데미상 최종 결선 결과는 오는 1월 24일 발표된다.
글/ 허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