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려의 마지막 시험

과거 절강(浙江)의 한 승려가 정진하여 수행하겠다는 뜻을 세워 어려움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드시 수련 성취하겠다고 맹세했다. 승려는 한 번도 편하게 누워서 자본 적이 없는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수행하던 곳에서 앉아서 잠깐 자고, 깨어나면 다시 시간을 다그쳐 고통을 견디며 수련했다.

어느 날 밤 빼어난 미녀 한 명이 승려 옆에 와서 앉았다. 승려는 이것은 마(魔)라는 것을 알고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어 여인의 추파를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다. 여인은 각종 요염한 수단으로 승려를 유혹했다. 그러나 승려의 마음이 확고하여 그녀는 선좌에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그녀는 매일 밤 승려를 찾아왔다. 그러나 여인이 무슨 수단을 써도 승려는 염두를 움직이지 않았다.

미녀는 승려를 유혹할 재주가 다 떨어지자 마지막으로 승려에게 말했다. “법사님의 입정력이 이렇게 높으니 저는 망상을 끊어야겠습니다. 법사님은 도리천(忉利天)의 경지에 있어 저를 가까이하면 수도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저를 범과 이리로 본다는 것을 압니다. 만약 법사님이 비비상천(非非想天)의 경지에 도달했다면 부드러운 몸을 안아도 얼음을 안은 듯 감각이 없을 것이고, 요염한 자태를 보아도 흙먼지를 본 듯하며 미색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사선천(四禪天) 경지에 도달하였다면 꽃과 달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도 감각이 없어 이미 색의 형상을 이탈하게 됩니다. 또 보살천(菩薩天) 경지에 도달하면 꽃도 꽃이 아니고 달도 달이 아니며 물도 물이 아니므로 무색의 상태라 멀리하고 안 하고 할 필요가 없어 자유롭고 신통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법사님이 만약 저에게 잠깐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해 정말로 공(空)이 되어 물들지 않는다면, 저는 불가에 귀의하여 다시는 법사님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승려는 자신의 도력이 능히 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여인의 요청을 허락했다. 그 결과 미녀는 승려에게 다가가 승려의 몸을 범하여 끝내 수행을 망쳐 놓았다. 승려는 좌절하여 후회하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출처: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