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장주(長洲)에 글재주가 뛰어난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선비는 집에 돌아와 앉은 자세로 잠시 망상에 잠겼다. “내가 과거에 급제하면 옆집의 예쁜 아경(阿庚)을 첩으로 삼아야지. 예쁜 집을 지어주고,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입혀서….” 이렇게 망상에 잠긴 채 어느덧 자정이 지났다. 그의 아내가 빨리 자라고 재촉하자 그는 아내의 얼굴에 찻물을 뿜으며 욕했다. “이 식초 항아리야!(역주: 식초는 질투를 뜻한다.)”
같은 마을에 한 사람이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꿈에 한 신인(神人)이 세상 사람들의 선악(善惡) 응보를 기록한 책을 보았다. 거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망상에 빠진 선비에 관한 일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비록 망상에 불과하지만 그에게 이런 마음이 있으니 만약 그를 과거에 급제하게 하면 정말 이렇게 할 것이다. 때문에 정월 17일 송릉역(松陵驛)에서 하루 동안 추위와 굶주림에 처하게 한다.”
그는 꿈에서 깬 후 이 일을 기록하고는 다음날 일부러 그 선비의 집을 찾아가 보았다. 가보니 선비는 마침 의관을 차려입고 서산(西山)에 매화를 보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선비가 탄 배가 나루터를 지날 때의 일이다. 뜻밖에도 선비가 탄 배가 다른 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관아에 붙잡혀갔다. 다행히 선비는 선비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체포되진 않았지만 뱃머리에 묶인 채 오강(吳江)으로 향했다. 결국 송릉역에 도착한 후에야 비로소 석방됐고 하마터면 추위와 굶주림에 죽을 뻔했다. 이는 바로 글을 기록한 사람이 꿈에 본 것과 일치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