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활의 핵심은 늘 진선인(眞善忍)이죠”

강정옥 소방관

강 소방경은 쉬는 시간이면 파룬궁 수련서 ‘전법륜’을 읽는다. 그는 이 책을 ‘내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사진=강정옥 제공)

소방경 강정옥 소방관의 하루는 03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어둠을 가르며 도착한 내죽도(통영) 수변공원에서 2시간 연공을 마치면 6시 20분이다. “지금의 제 모습을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아침 8시에 기상하는 게 버거워 출근하기 싫어했습니다.” 긴급 상황을 처리하는 직업군이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트레스에 잠식된 것 같았다. 만성 두통과 허리 통증,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소방 업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업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았고, 건강도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람을 잘 구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늘 불안감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통영에 있는 한약방에서 파룬따파(파룬궁)를 수련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연공하는 사람들을 보니 따라 하고 싶었어요. 고요한 표정에서 안정감이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그는 13년째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다. 파룬궁 수련을 시작한 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25도 소주 4~5병을 즐겨 마시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불면증은 물론 두통과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 소방공무원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온전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긴급 출동하면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안전 이송에만 급급했습니다. 불쑥 화를 내거나 인상을 찌푸려 동료들을 불편하게 했지요. 하지만 수련하고부터 환자 가족과 동료도 배려하자 오히려 일의 능률이 올랐습니다.” 동료와 견주어 손익을 따졌던 예전과 달리 일을 더 많이 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상사에게 너는 화낼 줄 모르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소방공무원의 길목에서

강 소방경은 어렸을 적 바닷가 선착장에서 바라본 별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아련히 떠올려보곤 했다. 덩치가 큰 데다 인상파라는 소리를 들어도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선뜻 도와줄 만큼 마음이 따뜻했다. 어른이 되어 사람을 살리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는 가슴이 뿌듯했다.

31년 전 그가 소방관이 된 당시의 업무 환경은 열악했다. 하루에 13번씩 출동할 만큼 쉴 틈이 없었다. 생명을 다루는 구급차나 앰뷸런스의 좁은 공간에서 병원으로 이송하기까지 분초를 다투는 날들이 지속됐다. 보호자의 간절한 눈빛과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책임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기엔 힘겨운 날들이었다.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때는 상실감과 자괴감으로 괴로웠다. 처참한 잔상을 털어낸다는 구실로 동료들과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대체 인력이 없다고 신세 한탄하며 먹고 마시는 걸 낙으로 삼았다. 술에 절어 밤 12시 이후에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다.

연례 행사처럼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술을 달고 사니 아내의 짜증은 늘어만 갔다. 자식에게도 면목이 없었다.

내 인생의 나침반 ‘전법륜(轉法輪)’

남자들이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걸 보면 술에 취했을 때가 많다. 유혹에 빠져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까지 목격하곤 한다.

“저는 매일 전법륜(轉法輪)을 읽으며, 좋지 않은 욕망과 집착을 진정으로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제 생활의 핵심 기준은 늘 진선인(眞善忍)입니다.”

2020년 거제소방서 자체 심의위원회는 1/4분기 청렴(친절)왕으로 현장대응단에서 소방위로 근무하던 그를 최종 선발했다. 청렴‧친절을 실천하고 청렴‧친절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2021년 회화 119안전센터 센터장(소방경)이었을 때는 그의 부서가 올해의 우수 부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성 6개 면을 관할하며 단 1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소방 활동 임무를 수행한 결과였다.

강 소방경은 2020년 조직 내 청렴문화 정착을 위한 14분기 청렴(친절)왕으로 선발됐다. (출처=시사통영)
2021년 그가 이끄는 경남고성소방서 회화119안전센터는 건강한 조직 문화와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고성소방서 우수 부서로 선정됐다. (사진=소방방재신문)


어둠을 걷어내니 봄바람이 불다

생명 존중은 119의 약속이라며 주민들은 물론 직원들의 안전한 현장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강 소방경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가정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반말했던 아내에게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높임말을 쓰니 아내의 입장까지 배려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변화는 아들과 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남을 배려하고 참을 수 있어야 꿈과 희망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자녀들이 공감했다. 강 소방경은 일상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자신은 행복하다고 했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의 마음은 사회에서도 표현되었다.

“최근 삼천포항에서 제주도행 배를 탔습니다. 배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데 14명이 정원인 객실에 11명가량 타니 남는 공간이 없었어요. 저는 일찌감치 캐리어로 제 자리를 확보해 놓고는 잠시 바람을 쐬고 들어가니 젊은 사람이 거기에 누워있는 거예요. 그 옆에 조용히 누워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자기 자리니 비켜달라고 했어요. 저는 객실 바깥에서 밤을 새웠지요.”

아마 파룬궁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확보해 둔 자리를 절대 양보하지 않았을 거라는 강 소방경. 불편했던 그날 밤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자연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강 소방경은 누군가 파룬궁을 수련하여 자신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큰 보람은 없을 거라고 했다.

“남을 탓하며 원망하고 싶을 때 제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결국 욕망이나 집착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럴 때 그 욕망과 집착을 하나하나씩 닦아버리려 노력하는 게 바로 수련 과정이라고 봅니다.”

31년 3개월간 소방관으로 살아온 그는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남은 기간에도 후배 동료들에게 현장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잘 알려주면서 최선을 다해 소방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글/ 공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