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변화의 시작이 된 24년 전 ‘그 책’

박균환 행정사의 수련 이야기

파룬궁을 수련한 지 24년이 된 박균환 씨는 한결같이 온화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자 노력한다.

어려서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남자는 우연히 친구가 빌려준 소설책을 읽고 수련에 관심이 갔고, 관련된 책이라면 모두 찾아 읽었다. 행정사 박균환(66) 씨는 24년 전을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유행하던 책을 읽고 정말 수련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찾기 위해 매일 서점에 들렀습니다.” 퇴근 후에, 수서역에 있는 서점에 들르는 게 취미였던 그는 사지 않고 읽기만 한 게 미안해 어느 날 기공책을 한 권을 사기로 했다. 아무 책이나 한 권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서 계산하려던 순간, 그는 점원 뒤에 꽂혀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전법륜(轉法輪)》.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었어요. 법륜을 돌린다는 의미거든요. 바로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책을 달라고 하고 손에 든 책을 갖다 놓았어요. 잠깐 펼쳐보니 이제까지 제가 그렇게 읽어왔던 기공책과 다른 거예요. 완전히 다르더군요.”

인연이 닿다

기공이나 수련에 관심이 있던 그는 직장 동료와 기공체조를 배우고 있었다. 자칭 중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의 수제자라는 사람이 가르치는 체조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배우던 동료로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 왔다. 알고 보니, 기공을 가르쳐준 사람이 공구로 다른 사람의 차를 부순 뒤, 동료의 명함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사기꾼이었다. 그 일로 배우지 못하게 되었을 때, 월간지 신동아에 기공 수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파룬궁이라는 연공 동작의 모습도 사진으로 실려 있었다.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그는 사진에 나온 정지된 동작 하나를 따라 해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제가 서점에서 찾은 그 책이 알고 보니 신동아에서 봤던 그 파룬궁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이것이 진짜 수련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그때 책에서 종이가 하나 떨어졌습니다. 파룬궁 연공 동작을 배울 수 있는 장소인 연공장 전화번호였어요.”

그는 퇴근길에 양복 차림으로 강남 그랜드백화점 근처 연공장을 찾아갔다. 처음 간 곳에서 그는 모든 동작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어렵다는 가부좌도 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처음부터 꼭 참고 버텨보기로 하고 따라 했다. 두 달쯤 지났을까. 그는 가부좌 도중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발바닥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발바닥에 용천혈이라고 있는데 그곳이 푹푹 뚫리면서 뭐랄까… 바람이 나가는 것처럼 정말 생생하게 샥샥샥샥 나가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업(業)이 나가는 것이라는 걸요. 그러고 나면 그렇게 아프던 다리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있으면 아프다가, 또 시원하다 반복되더군요.”

변화의 물꼬

배운 동작으로 그는 새벽마다 공원에 나가 연공을 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전법륜》을 읽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는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전혀 못 보고 생각지 못했던 어떤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자신이 체험하니까 수련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다.

“특히 《전법륜》에 나와 있는 삼천대천세계에 대해 놀랐습니다. 정말 원자는 미시적인 하나의 아주 작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확대해 놓고 들어가면 그 안에 또 우주가 있고 그 안에 또 우주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죠.”

항상 무엇을 하기 전에 ‘이유’를 알아야 했던 그는 《전법륜》을 읽은 후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됐다. 왜 수련해야 하는지, 왜 수련한다고 해서 사부가 다 공을 줄 수 없는지 말이다.

그는 수련 전에 건강이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수련 후 놀랍게 느낀 변화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에 가려면 오르막이었어요. 아파트 단지까지 올라가는데, 신기하게 다리가 없고 진짜 바람만 있는 것 같았어요. 보통 오르막 올라가면 좀 힘들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걷는 게 너무 즐거운 거 있죠. 이러면 진짜 백 리 천리도 걸어가겠다는 느낌이었어요.”

몸이 가벼워지듯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는 수련 후 언쟁이 확연히 줄었다. 수련에 ‘참을 인’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있었다.

수련한 지 24년. 그는 되돌아보면 아쉬운 시간도 많았다고 회억했다. “내가 어떤 집착이 있다면 내려놔야 하는데 허송세월한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생활 환경은 정말 수련하기 좋은데,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글/ 조윤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