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에서 주목할만한 실험이 진행됐다. 정부 승인 하에 영국 정부 백신 기획단·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학 실험회사 VIVO는 합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고, 백신 접종도 하지 않은 18~30세의 지원자 36명의 비강에 인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포했다.
일부 피험자는 42시간 만에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절반인 18명은 실험 기간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18명이 백신 접종 이력과 감염 경력이 없어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이유를 연구 중이다.
역병이 피해 가는 그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병의 지척에 있었음에도 감염되지 않은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서기 541~591년 사이에 로마제국은 4차례 끔찍한 역병(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발생했다. ‘성도전’의 저자이자 역사가인 요한은 1차 역병을 목격했고, 교회 역사가 에바그리우스는 4차 역병을 직접 경험했다. 그들은 모두 당시의 참상을 기록해 후세에 경고했다.
에바그리우스는 이렇게 썼다. “사람마다 질병에 걸린 경로가 달라 일일이 다 묘사할 수 없다. 심지어 감염자들 사이에 거주하며 감염자는 물론 사망자와도 접촉했으나 전혀 감염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이와 가족을 모두 잃었기에 가족을 안고 죽으려 했고 빨리 죽기 위해 환자와 붙어 있는 사람도 있었으나 마치 질병이 원치 않는 듯이 어떻게 해도 그들은 여전히 병에 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찍이 미국 언론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생존자인 100세가 넘는 노인 에스터의 인생에 대해 보도했는데, 5천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역병에서 8세의 에스터와 어머니는 생존했으나 아버지와 언니는 사망했다.
중국 고대에도 이런 예는 적지 않는데 세 가지 사례만 들겠다. 예를 들어 진나라에 유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해 그의 고향에 역병이 발생해 두 형이 죽고 둘째 형도 위독했다.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자 부모와 남동생은 같이 피신하자고 했으나, 유연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고 집에 남아 둘째 형을 돌보았다. 수십 일 만에 마을의 역병이 점차 잠잠해졌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보니, 둘째 형은 병이 거의 나았고 유연은 아예 감염되지도 않았다.
청나라 학자 주매숙도 ‘매우집(埋憂集)’에서 한 지역에서 발생했던 역병 상황을 기술했다. 왕옥석이라 부르는 서생이 진군산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진군산 일가가 역병에 걸렸다. 일가족 다섯 명이 하룻밤 사이에 죽었지만, 친척과 이웃 누구도 감히 그 집 문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왕옥석은 “어찌 스승님 일가의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만 있겠는가?”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가 시신을 일일이 관에 넣었다. 마지막에서야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기가 미약하게 숨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왕옥석은 아기를 안고 나와 의사를 찾아가 아기의 생명을 구했는데, 왕옥석도 무사했다.
그리고 청나라 도광(道光) 15년 항주에 역병이 발생해 많은 사람이 죽어 시중에서 관을 구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항주에 금(金)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전년도 섣달그믐날 문밖에서 귀신들이 “이 집은 절부(節婦: 절개를 지킨 부인)가 있소.”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다음날 정월 초하루 문을 열자 벽에 붉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금 씨는 의아해하며 아이들의 장난인 줄 알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 여름 동안 역병이 퍼져 이웃 여러 집은 모두 역병을 피하지 못했으나 금 씨 일가만 무사했다. 금 씨는 이후 붉은 동그라미에 대해 생각했는데, 귀신이 식별하기 위해 남긴 것임을 깨달았다. 금 씨 집의 절개를 지킨 부인의 성은 전(錢)씨로 금자매(金子梅)의 큰어머니였는데 수절한 지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역병이 어깨를 스쳐 지나간 생존자들은 모두 선량함을 삶의 바탕으로 삼았다. 상술한 에스터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녀의 장수 비결은 평생 다른 사람과 선하게 지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유연과 왕옥석도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이 아닌가? 절개를 지킨 효부에 대해 신과 귀신 모두가 존경하고 탄복했다. 도덕경(道德經)에 ‘천도무친, 상여선인(天道無親, 常與善人: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지만 늘 선한 사람과 함께 한다)’이라고 했다. 이런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지 않게 기록돼 있다. 영국 실험에서 감염되지 않은 18명은 이런 선량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가 선량한 사람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역병에 눈이 있음을 증명한다. 고대에 신을 믿는 사람들은 인간의 역병은 본질적으로 신이 인간의 선악에 따라 배치했다고 여겼다. 때때로 온신(瘟神: 역병을 일으키는 신)과 역귀(疫鬼)의 출현은 사람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글/ 루즈(茹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