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성화(成化) 초년, 고위위소(高卫衛所·병영)에 장(张)씨 성의 관원이 공무를 보기 위해 작은 배에 올랐다. 그런데 호수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혔다.
장 씨는 뭍으로 탈출했고 제방을 따라 계속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안개 속 저 멀리, 파도에 일렁이는 전복된 작은 배가 보였는데 그 위로 도움을 요청하는 한 사람이 보였다.
장 씨는 그를 불쌍히 여겼고, 근처에 있던 어부에게 작은 낚싯배를 빌려 그를 구해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어부는 장 씨의 부탁을 거절했다. 이에 장 씨는 어부에게 백금을 건넸는데 그제야 어부는 남자를 구조했다.
그런데 잠시 후 놀랍게도 장 씨는 바로 자기 아들을 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복된 배 위에 있던 남자는 물속에서 반나절 동안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던 장 씨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들은 숨이 멎기 직전이었고, 조금만 늦었어도 물고기 밥이 될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일화다.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줬더니 자기 아들을 구한 것이다.
흔히 좋은 교육을 받아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어떤 문제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술이 없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얕보기 쉽다. 또 그들은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결국 보상받게 되어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는 온정의 씨앗을 심는 것이고 그것은 연민의 영역을 넓힌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을 돕는 것은 자신을 돕는 것이다’라는 옛말은 자명한 이치다.
출처/ 명대(明代) 일화 모음집 ‘쌍괴세초(雙槐歲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