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예), 방종을 막아주는 보물

「여사잠도(女史箴圖)」. 서한 시기 성제(成帝)의 총애를 받은 당대의 여류 시안 반첩여. 이 작품은 성제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예를 지킨 일화를 담았다. 대만고궁박물원 소장.

고대 성현은 사람의 본성을 기르며 욕망을 절제해 이익을 얻고 해를 피하는 예법을 창안해냈다. 감정을 마음대로 소진하고 욕망을 방종하면 반드시 위험해지며 심지어 파멸에 이른다. 예를 지키고 욕망을 억제하며 의식주행(衣食住行) 등 물질생활 향유를 가볍게 보아야만 잘못을 줄일 수 있고, 잘못된 길로 들어가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고대인이 어떻게 욕망을 절제했는지 살펴보자.

왕중의 왕, 그를 이끈 왕후

서주(西周)시대 주선왕(周宣王)의 강(姜)왕후는 제후의 딸로서 현명하고 덕이 있어 매사에 예가 아니면 말하지 않고 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주선왕이 늦잠을 자면서 조례에 나가지 않자 강왕후는 관복을 벗고 머리 장식을 뽑은 채 죄인의 옷을 입고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보모를 시켜 선왕에게 말을 전했다. “첩의 음란한 마음이 군왕으로 하여금 예를 잃게 했고, 왕께서 색을 밝히고 덕을 잃으시어 혼란이 시작됐습니다. 이 혼란은 제가 일으킨 것이니 대왕께서는 저를 벌하소서.” 아주 이성적이었던 주선왕이 말했다. “이는 과인의 부덕이며 잘못이지 왕후의 잘못이 아니오.” 그때부터 주선왕은 조회에 빠지지 않고 정무에 힘써 백성을 이롭게 하고 나라를 흥성하게 했다. 그는 서주(西周)의 왕 중에 중흥의 왕으로 일컬어진다.

강왕후가 기품과 덕을 지키며 예를 갖추고 스스로 잘못을 꾸짖자 선왕도 스스로 잘못을 뉘우쳤다. 속담에 임금에게 현명한 왕비가 있으면 나라가 번창하고 궁궐이 안정되며, 집안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어질고 자식이 효도하여 가정이 행복하고, 신하에게 현명한 시중이 있으면 근본을 잊지 않고 도를 잃지 않으며,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있으면 지혜를 더하며 실수를 줄인다고 했다.

임금의 수레를 거절한 반첩여

반첩여(班婕妤, BC48년~AD2년)는 서한(西漢)의 여성 시인으로 누번(樓煩, 오늘의 산시 숴청구) 사람이다. 반 씨는 초나라 영윤자문(令尹子文)의 후손이며 월기교위(越騎校尉) 반황(班況)의 딸이다. 동한의 역사가 반고(班固, ‘한서’의 저자), ‘여계(女誡)’의 저자 반소(班昭), 붓을 던지고 군대를 따른 반초(班超)가 모두 반첩여의 후손이다.

반첩여는 용모가 아름답고 어진 덕행과 예의를 갖추어 성제(成帝)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한번은 성제가 특별히 호화로운 용(龍) 수레를 만들고는 함께 타고 놀자며 반첩여를 초대했다. 반첩여는 성제를 타일렀다. “역사상 현명한 군왕은 모두 훌륭한 신하를 곁에 두었사옵니다. 신첩이 폐하와 같은 수레를 타고 놀러 다닌다면 하(夏), 상(商), 주(周) 삼대 말의 걸왕, 주왕, 유왕의 행위와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신첩은 이렇게 예에 어긋난 망동과 색을 밝히고 덕을 저버리는 일을 할 수 없사오며 마땅히 이로써 경계하고자 하옵니다.”

성제는 반첩여의 말에 도리가 있음을 알고 곧 물러났다. 황태후가 반첩여를 칭찬하며 “옛적에 번희(樊姬)가 있었다면 지금은 반첩여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번희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의 왕비였다. 번희는 장왕이 사냥을 즐기고 주색에 빠지자 사냥한 짐승을 먹지 않고 달을 마주하고 머리를 빗으며 간언으로 장왕을 도와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한 명이 되게 했다. 그러나 성제는 조비연 자매에게 집착하다 목숨을 잃었고 아무도 왕위를 계승하지 못했다.

반첩여는 자신을 수양하며 청렴하게 행동했고 예로써 욕망을 억제하고 예를 지키며 행동했지만, 성제는 욕망을 방종하여 스스로 자신을 망쳤다.

‘천보유사(天寶遺事)’에는 당(唐)나라 현종이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만든 후, 오락거리로 궁녀를 훈련해 노래하고 춤추게 하면서 국정은 소홀히 해 안사(安史)의 난을 초래했다고 적혀 있다. 진후주(陳後主)와 신하들은 늘 후궁에서 술을 마시고 놀면서 빈비(嬪妃)들과 손님에게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를 부르게 했다. 그들은 욕망을 방종하며 만취해 가무에 빠져 놀다 이성을 잃었고, 국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다 나라를 망하게 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욕망이 많은 것보다 큰 죄는 없고,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큰 화는 없으며, 욕망과 이득을 채우는 것보다 큰 허물은 없다. 따라서 만족할 줄 알면 항상 넉넉하다.”라고 했다.

세상에서 욕망의 방종보다 큰 죄는 없고,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으며, 끝없는 욕심보다 큰 과실은 없다. 그러므로 욕망의 한도를 알아야만 영원히 만족할 수 있다.

 

글/ 리위칭(李玉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