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을 지탱한 자들의 비극

▲ 중국 농민공, (Matt Ming / Wikimedia Commons)

– 철저히 버림받은 중국 농민의 절규

글/ 소가(蕭歌)

오늘날 고속철도가 대륙의 혈관처럼 뻗어나가고, 도시마다 화려한 마천루가 숲을 이룬 중국은 겉보기에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로 묘사된다. 정부는 ‘전면적 빈곤 퇴치’를 이룩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웅장한 도시의 풍경 밑바닥에는 지난 수십 년간 국가 경제를 짊어지고도 철저히 버림받은 거대한 사각지대, 바로 ‘중국 농민’들의 참혹한 실상이 짙게 깔려 있다.

중국을 글로벌 ‘세계의 공장’으로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단연 3억 1,150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이다. 그중 60세 이상 노인만 1억 6,8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수십 년간 도시에서 빌딩을 올리고 도로를 깔며 뼈 빠지게 청춘을 바쳤지만, 중국 특유의 악명 높은 ‘호구(戶口·도농 이원 체제)’ 제도 탓에 영원한 외지인 취급을 받는다. 이들은 도시의 사회 보장과 정규 퇴직 복지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평생을 일회용 ‘하청 노동자’로 살아간다.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농민과 도시 주민은 동등한 혜택을 받는다. 대만의 은퇴 농민이 도시 주민과 동일하게 매월 약 8110대만달러(약 35만 원)의 연금을 받는 반면, 중국의 은퇴 농민이 쥐는 돈은 매월 고작 163위안(약 3만 5천 원)이다. 대만의 10%도 채 안 되는 이 푼돈으로는 치솟는 물가 속에서 약봉지 하나 제대로 살 수 없다.

질병 앞에서는 상황이 한층 더 비극적이다. 대만의 경우 농민이 암 등 30대 중증 상병에 걸리면 의료비가 전액 면제되고, 일반인도 연간 자부담 상한선(약 300만 원)이 있어 가산 탕진을 막아준다. 반면 ‘태평성대’ 중국에서는 농민이 암에 걸리면 상한선조차 없는 ‘비급여 약’의 수렁에 빠져야 한다. 결국 무수한 농촌 가정은 천문학적인 병원비 청구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 고통 속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이 끔찍한 복지 공백은 농촌 노인들을 극단적인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우한대학 류옌우(劉燕舞) 강사의 현장 심층 조사에 따르면, 일부 농촌 지역의 노인 자살률은 “최소 30%라는 것도 보수적인 추정”일 정도로 심각하다. 시골 노인들 사이에서는 “우리에겐 약 아들(농약 마시기), 밧줄 아들(목매기), 물 아들(투신)이라는 가장 믿음직한 세 아들이 있다”는 자조 섞인 괴담이 일상화됐다. 자식에게 경제적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차분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이 참상을 국가와 학계 모두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수입 20조 위안을 자랑하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공산당 정권은 체제 유지, 팽창주의적 국방, ‘일대일로’ 같은 대외 원조에는 걸핏하면 수조 위안을 펑펑 쓴다. 전체 예산의 단 1%만 떼어내도 2억 명의 핵심 농업 인구에게 연간 1천 위안의 ‘중병 특별 지원금’을 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파시스트 정권조차 자국 농민을 ‘피와 흙’의 기반으로 여겨 자본의 착취로부터 보호하고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1949년 권력을 탈취할 당시 농민을 ‘혁명의 주역’이라며 선동했던 중국공산당에게, 이들은 이제 단물 다 빠진 2등 시민일 뿐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벼랑 끝에 몰린 농민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는 것조차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잔혹하게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비도, 양로금도 없는 절망 속에서 하층민들은 전통 기공 수련법인 ‘파룬궁’을 통해 국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지린성의 왕야친(王亞芹) 할머니는 말기 폐암으로 5차례의 화학요법마저 실패했지만, 파룬궁 수련 한 달 만에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적을 겪었다. 그러나 당국은 그녀를 보호하기는커녕 납치해 고문했고, 2020년 또다시 5년 반의 징역형을 선고해 차가운 감옥에 가두었다.

명혜망 통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중공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파룬궁수련자 279명 중 무려 51%(142명)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국가가 공공 의료 안전망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질병을 이겨내려는 평화로운 생존의 몸부림조차 ‘이데올로기 통제’라는 명목 아래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기초적인 생존을 방치하고 민간의 자구책마저 공권력의 폭력으로 억압하는 현실. 지금 중국이 대내외에 자랑하는 눈부신 마천루와 ‘태평성대’는 오직 공산 특권층만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일 뿐이다. 그 밑바닥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수억 명의 농민들에게, 이 나라는 철저히 닫힌 지옥문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