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리싱(李興)
1. “사람이 관직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조(南北朝) 시대 인물 소경(蘇瓊)은 자(字)가 진지(珍之)로 무강군(武强郡, 현 허베이성 우창) 사람이다. 소경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변방에 갔다가 동형주(東荊州) 자사 조지(曹芝)를 배알했다. 조지가 그에게 농담조로 “자네는 관리가 되고 싶은가?”라고 묻자 소경은 “관직을 만들어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지, 사람이 관직을 구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조지는 소경의 대답에 매우 놀라며 그를 자신의 장류참군(長流參軍)으로 삼았다.
2. 청운(靑雲)으로 이끄니 속된 말이 나오지 못하다
조정은 소경을 남청하군(南淸河郡) 태수로 임명했다. 소경은 성품이 청렴하고 신중해 사적인 청탁 편지는 뜯어보지도 않았다. 또한 백성에게 혼례와 장례를 치를 때 검소하고 예의를 지키도록 가르쳤다.
도연(道研)이라는 승려는 사문통(沙門統, 승관직)을 맡고 있었는데 재산이 매우 많아 남청하군에 고리대를 많이 놓았고, 이전에는 지방 관리들이 그를 위해 빚을 받아주곤 했다.
도연이 소경을 찾아오자 소경은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그를 만날 때마다 도법(道法)과 현묘한 이치를 논하며 매우 엄숙하고 공손하게 대했다. 도연은 빚 독촉 문제를 부탁하려 여러 차례 찾아왔지만 입을 뗄 수 없었다. 제자들이 그 이유를 묻자 도연은 “내가 소부군(蘇府君, 태수 소경)을 뵐 때마다 나를 곧바로 청운(靑雲, 신선 세계나 높은 경지) 속으로 이끄시니 어찌 땅 위의 속된 일을 거론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3. 청렴한 태수
남청하군 사람 조영(趙穎)은 낙릉군(樂陵郡) 태수를 지낸 인물로 80세에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해 있었다. 5월 초 그가 갓 익은 참외 두 개를 따서 소경에게 직접 선물했다. 조영이 자신의 나이를 앞세워 간곡히 권하자 소경은 참외를 받아 대청에 매달아 놓고 잘라 먹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투어 햇과일을 선물하러 왔다가 조영이 보낸 참외가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돌아갔다.
4. 형제가 화해하다
을보명(乙普明)이라는 형제가 밭 문제로 다퉜는데 수년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 증인을 내세웠는데 무려 100명에 달했다.
소경은 을보명 형제를 불러 증인들 앞에서 말했다. “세상에 형제는 얻기 어렵지만 밭은 구하기 쉽다. 설령 밭을 얻는다 해도 형제를 잃는다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말을 마친 소경이 눈물을 흘리자 좌중이 모두 울었다. 을보명 형제는 머리를 조아리며 나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청했다. 10년간 따로 살던 형제는 소경의 말을 들은 후 다시 합쳐 살게 됐다.
[북제서(北齊書)·소경열전(蘇瓊列傳) 제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