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지 않으려 해도 모든 것을 잃다’

몽계필담(夢溪筆談)에 나오는 송나라 때의 이야기다. 한림원(翰林院)에 몸담고 있던 이사형(李士衡)이 명을 받들어 고려에 사신으로 가게 됐다. 무장 위영(余英)도 사신으로 동행했다. 원만히 일을 마친 후 고려에서 예물을 주었으나 이사형은 관심도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비단 조금만 두고 다른 예물은 위영에게 알아서 처리하게 했다.

돌아오는 배에서 위영은 선실 바닥에 물이 새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물건이 젖을까 걱정되어 이사형의 짐을 밑에 두고 자신을 짐은 그 위에 올려뒀다.

항해 도중 갑자기 바람을 만나 파도가 일면서 배를 삼키려고 했다. 배에 많은 짐이 실려 자칫 전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선장이 위영에게 배 위에 실은 물건들을 모두 던져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뒤집히고 목숨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위영은 황급히 물건을 바다로 던졌다. 물건을 반쯤 버렸을 때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고 파도도 사그라들었다.

위영이 남아 있는 물품을 점검해보니 바다에 던진 것은 모두 자기의 짐이고 이사형의 짐은 밑에 두었기 때문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약간 젖었을 뿐이었다.

재물에 대하여 두 사람의 태도는 같지 않았고 재물에 관심이 없었던 이사형은 결국 하나도 잃지 않았고 정작 재물을 탐했던 위영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사형이 잃지 않은 것은 평소에 명리를 담담히 여기고 정직하기 때문이고, 위영이 모두 잃어버린 것은 재물을 탐하여 바르게 살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 일의 결과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