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조선을 대표하는 거상 임상옥. 장사에서 이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신용이라고 믿었다.
언제부터인가 돈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 듯하다. 사람들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분주하고,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경영 이론과 투자 비법이 쏟아져 나온다. 자산 증식과 노후 대비는 마치 모든 사람의 불문율이 된 것 같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공자의 “부(富)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지만 도(道)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이 아니면 함부로 누리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은 고리타분한 구호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도 있는데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 중요하며 ‘도’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공자는 또 “군자가 인(仁)을 떠나서 어떻게 군자라고 불리겠느냐?”라고 말했다. 비록 사람마다 부를 동경하고 바라지만 ‘인(仁)’이 일체 행동의 규범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군자는 절대로 도덕을 위배하면서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과연 의리를 중시하고 이익을 가볍게 하는 처세원칙이 아직도 사람에게 성공하게 할 수 있을까? 답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신용을 중히 여긴 임상옥
바다 건너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던 조선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상즉인(商卽人)’이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뜻. 중국과의 인삼 교역 등으로 큰돈을 벌어 장부를 관리하는 서기만 70여 명일 정도였지만,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인과 의를 소중히 여겨 신용을 가장 중요한 장사의 요소로 봤다. 꾸준히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수재민을 돕는 등, 덕을 쌓았기에 중인 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곽산 군수와 구성 부사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의 남다른 철학은 사실 그의 수련 경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일찍이 석숭(石崇) 대사의 가르침을 받아 불가 수련을 했다.
역사에서 사람들은 임상옥을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은 마땅히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인간의 도가 있어야만 인의(仁義)가 따라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상업의 도’라고 부를 만하다. 가포(稼圃-임상옥의 호)는 평생 부를 모아 마침내 조선 팔도에서는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가포는 일찍이 공자가 말하였던 대로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에 충실하여 평생 인의를 중시하던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사실을 깨달아 재물보다는 사람을 우선하였다. 따라서 그는 평생 재물을 모았지만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황금을 벌었으나 이는 다만 채소를 가꾼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그를 ‘채소 가꾸는 노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다시 말해 처세의 바른길을 지키고 인의(仁義)를 규범으로 해야 비로소 진정으로 상업의 도라는 것이다.
‘경영의 신’이라 불린 교세라 회장
일본 기업계에는 ‘경영의 4대 신’이라는 꼽히는 인물들이 있다. 교세라(京瓷)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도 그중 하나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수성가로 두 개의 세계 500대 기업을 창립했다. 바로 교세라 그룹과 일본 제3 전신회사 ‘KDDI’이다. 그중 교세라 그룹은 창립 이래 47년간 적자가 난 적이 없는데 일본 기업의 기적으로 불린다.
하지만 만약 사람들이 이나모리 회장에게 성공비결을 물으면 그의 대답은 늘 간단하기 그지없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에게 근본적인 문제를 묻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의 답은 “자신의 심성을 제고하고 영혼을 수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본연의 더욱더 좋은 사람으로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류 생존의 목적은 이것 외 다른 것이 없다고 깊이 믿고 있다. 그는 이 일생은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게 되었는데 바로 바른 도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경영의 길과 인생의 길이 일치한다는 것도.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전통적인 유가와 불법(佛法)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자가 말한 하늘을 존경하고 사람을 인자하게 대하며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것을 토대로, 불교의 정진(精進)과 남에게 베풀고 안으로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 지혜의 원천이 됐다. 그는 경영은 우선 경영자의 인품과 인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경영자는 반드시 고상한 품성이 있어야 하고 만약 고상한 인품이 없으면 좋은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27살에 교세라를 창업했지만,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회사를 경영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다. 그때 그가 선택한 경영 원칙은 부모님과 선생님께 배운 아주 기본적인 규범이었다. 이를테면 성실, 겸손, 신임, 성심, 배려, 정직, 정의, 다른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부지런하며, 소박하고, 참을성 있고, 감사하며, 원망도 없고, 질투도 없으며, 손해를 보는 것이 결국은 이익을 보는 것, 등등이다. 판단과 결정의 순간에는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양심에 따르는 그의 원칙은 이후에도 이어져 혼돈 속에서도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고, 결국 회사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예로부터 생사는 운명에 달렸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했다. 도의를 성실히 지키는 것은 처세의 근본이고, 재부의 많고 적음은 자신의 덕행이 쌓은 결과다. 다시 말해, 부귀는 결과이고 그것은 덕행에서 비롯됐다. 원인이 있어야 비로소 결과가 있다. 따라서 도의를 따라야 비로소 인의가 있고 인의가 있어야 비로소 공덕이 있고 공덕이 있어야 비로소 부귀가 있다.
/당펑(唐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