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백성을 사랑하고 고난에서 구제하는 것은 예부터 관리들의 책무였다. 무릇 백성들에게 유리한 일은 가리지 않고 가서 해야 한다. 백성을 위하여 말하고 정의를 위하는 것은 역사상 많은 청렴한 관리들이 후세를 위하여 모범을 보였다. 동한의 종리의(鍾離意)도 그중의 하나다.
종리의가 회계 현령을 지낼 때 전염병이 돌아 며칠 만에 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종리의는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 부덕함을 자책했다. ‘백성이 고난을 겪는데 내가 해결하지 못하면 무슨 관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병자가 있는 한집 한집을 찾아 위문하고 의사를 모아 새로운 약을 개발하게 했다. 며칠 후 새로운 약을 완성했지만, 곧바로 병자들에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약 중에 독성이 있는 약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종리의가 이 소식을 듣고서 실험 대상이 되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여러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약사발을 들이켰다. 다행히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고, 새로운 약은 빠르게 환자들에게 투약되어 좋은 효과를 거뒀다.
종리의는 훗날 상서(尚書)로 임명되었다. 당시 탐관 장회(張恢)가 착복한 재물을 모두 몰수했다. 명 황제는 몰수한 재물을 신하들에게 나눠 주라고 했다. 종리의도 금은보화를 받았지만, 땅에 놓고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
황제가 이유를 물으니 종리의는 “제가 듣기로 공자는 목마른 것을 참되, 훔친 샘물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이런 탐오한 장물은 저는 정말로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아뢰었다. 이에 황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