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를 자라게 하는 아코디언’

음악에 담긴 자연과 우주의 힘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한 시뇨치 씨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면 포도가 빨리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포도밭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해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컨소시엄

인류 역사만큼이나 장구한 역사를 지닌 음악. 그렇다면 ‘악(樂)’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함의와 역할은 무엇일까? 고대 문헌인 《세본(世本)·제계편(帝系篇)》에 이런 기록이 있다.

“여와씨(女媧氏)는 아릉씨(娥陵氏)에게 명령해 도량관과 반관이라는 두 가지 악기를 만들어 천하의 음률을 통일하고 또 우주에서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 법칙을 본받아 그것과 상응해 《충악(充樂)》이란 악무(樂舞)를 창작했다. 악무의 악보가 만들어진 후 천하 만물이 모두 교화되고 바로잡혀 만사만물이 가장 미시적인 곳에서부터 바뀌지 않는 게 없었고 대도(大道)에 동화하게 만들어 일체가 조화롭고 질서가 있었다.”

자연과 우주를 담은 음악

이상은 《충악》이 창작된 배경이자 과정이다. 이 기록에서 보면 여와씨의 악무는 자연과 우주의 운행 규칙에 대응해서 만들어졌다. 이것이 생겨난 후 역할은 만물을 화육(化育)해, 모든 것이 다 자연에 조화롭고 천도에 순응해 천하가 크게 다스려지게 한 것이다. 《여씨춘추》에 이런 기록이 있다. “음강씨(陰康氏)가 천하를 다스릴 때 음기가 많아서 막혀 쌓이고 백성들의 기운도 막히고 적체되어 근육과 뼈가 수축하여 펴지지 않았다. 그래서 무도를 만들어 백성들의 기운이 소통되도록 터주었다.”

원고시기 악무(樂舞)에는 이처럼 강력하고 초자연적인 에너지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중화 문명의 오제(五帝)시기 악무에서도 이런 신기한 에너지가 여전히 아주 분명했다. 《상서·고요모(皋陶謨)》와 《제왕세기》 등 고서에 이런 일이 기재되어 있다.

“순임금이 사람을 시켜 《대소(大韶)》라는 음악을 창작하게 했다. 《대소》는 6대(代) 악무의 하나로 모두 아홉 장으로 구성되어 《구소(九韶)》 또는 《소소(簫韶)》로 불렸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순이 사람들에게 《대소》 악무를 연주하게 하자 9장 공연이 끝난 후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추며 알현했고 온갖 짐승들이 이 음악을 들은 후 모두 따라서 춤을 추었다.”

이로부터 2천 년이 지난 후 공자가 제나라에서 운 좋게 《대소(大韶)》 악무를 관람했다. 공자는 감상을 마친 후 무려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모를 정도였는데 당시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음악이 이런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노라!”

이것이 바로 《논어》에 나오는 저 유명한 일화, 즉 공자가 석 달간 고기 맛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또 이 음악을 평가하면서 “《대소》의 음악은 진미(盡美)하고 또 진선(盡善)하다”라고 했다. 이 일화는 또 진선진미(盡善盡美)란 성어가 생긴 근원이다.

다시 밝혀지는 ‘음악의 힘’

신화와 전통을 잊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시대가 되면서, 음악이 만사만물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잊혔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1950년 영국의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가 인도 타밀주를 방문해 아나말라이 대학 식물학과장인 T.C. 싱(Singh) 박사를 만나 싱 박사가 검정말(Hydrilla Verticillata)의 살아있는 세포질 흐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헉슬리는 어쩌면 이를 이용해 식물이 소리의 영향을 받는지 관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싱의 조교인 스텔라 포니아(Stella Ponniah)는 바이올린에 능했는데, 나중에 싱의 지시로 검정말과 가까운 곳에서 피아노를 치게 했다. 그 결과 검정말의 세포질 흐름 속도가 빨라진 것을 발견했다. 싱은 아나말라이 음대 강사 구리 쿠마리(Gouri Kumari)에게 하루 25분씩 라가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5주 차에는 음악을 듣지 않은 대조군보다 잎은 평균 72% 더 자라고, 높이도 20% 이상 자란 것이 통계 결과로 나타났다.​

싱은 이어서 여러 종류의 식물로 실험을 거듭했고 실험 결과를 비하주 농업대학 잡지에 이 내용을 발표했다. 싱은 조화로운 음악이 식물의 성장, 개발 및 수확을 촉진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50년대 후반, 미국 일리노이주의 조 스미스란 식물학자는 옥수수와 대두를 사용하여 동일한 온도, 습도 및 기타 조건을 가진 온실에 동일한 씨앗을 뿌렸다. 이 중 일부는 미국 작곡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려주었고 나머지는 아무 음악도 틀어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음악을 들은 종자는 음악을 듣지 않은 종자보다 2주 일찍 싹이 텄고 줄기도 훨씬 더 굵은 것을 발견했다.

스미스는 예상 밖의 결과에 놀랐고, 이후 파종부터 수확까지 잡종 옥수수에 클래식 음악을 계속 틀어주었다. 그 결과 음악을 틀어준 곳이 음악을 틀지 않은 곳보다 700kg 이상의 옥수수를 더 수확했다. 그는 또한 음악을 듣고 자란 옥수수가 더 빨리 자라고, 알갱이 굵기도 균일하며, 더 일찍 성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도 식물에 서로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클래식을 들은 그룹은 식물이 상당히 무성하게 자랐고 신기하게도 식물은 음원(音源) 방향으로 자란 것을 발견했다. 식물은 신기하게도 약 60도 각도로 음원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북서부 투스카니 지역에 파라디사디 프랙시나(Paradisadi Fracina)란 포도원이 있었다. 이 포도밭 주인 카를로 시뇨치(Carlo Cignozzi)는 변호사 출신으로 막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시뇨치는 자신이 아코디언 곡을 연주하는 것이 포도나무를 더 빨리 자라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 결과, 음악을 듣고 자란 포도나무는 열매가 풍성하고 알이 컸으며 해충도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포도나무에 음악을 들려줄 때 일부 현지인들은 그의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뇨치는 3년간 포도나무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줬다. 3년 후 그가 심은 포도나무는 모두 열매를 맺었고 열매가 크고 좋았으며, 그가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현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만든 와인보다 맛이 좋아 비로소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았다.

음악의 힘? ​거짓인 줄 알았는데

음악이 식물에 미치는 이런 신기한 영향이 알려지면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디스커버리채널의 ‘호기심 해결사(Myth Busters 원래 제목은 신화 깨부수기)’는 2004년에 두 달 동안 식물과 교류하거나 음악을 틀면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거짓말인지 여부를 실험했다.

그들은 완두콩을 재배하기 위해 동일한 조건의 온실 7개를 만들었고 일부는 음악을 틀어주고 일부는 식물과 소통했으며 일부는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두 달 후, 그들은 음악을 틀어준 온실의 완두콩이 다른 온실의 완두콩들보다 더 잘 자란 것을 발견했다. 결국 식물과 소통하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게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신기한 사례가 전파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식물에 클래식 음악 들려주기’ 열풍이 불었고 많은 녹색 생태 농장이 설립되었다. 많은 재배자가 식물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모방해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출처/ 정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