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명일(明一)
AI(인공지능) 기술은 최근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과거 인류의 일상에 은밀하게 혹은 제한적으로만 관여하던 AI는 이제 단숨에 사회 전반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의 파급력은 인터넷이 가져온 혁명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AI의 광범위한 상용화는 결국 AI가 인류를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잃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는 이치처럼, AI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만족감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편리함은 빠르든 늦든 인류 고유의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며, 끝내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1.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인지 능력 퇴화와 도덕적 공백
AI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데이터베이스는 사용자와 분리된 채 소수 집단에 의해 통제된다. 인류가 스스로 학습하고 사유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를 기계에 위탁할수록, 인간은 나태해지고 손쉬운 지름길만 찾게 된다. 이러한 인성의 약점은 필연적으로 AI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켜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다.
AI의 부상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처럼 보이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중증 사용자들은 이미 사물 인지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과도한 의존이 인류의 도덕성에 미칠 악영향이다. 이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으나 심각한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AI가 프로그래머, 작가, 전문직, 생산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생존 공간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2. 주체성의 상실과 수동적 존재로의 전락
AI의 매력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환영받았으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자신의 판단보다 AI의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이러한 신뢰가 고착화되면 인간은 주체적인 결정권을 포기하고 AI가 도출한 결과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선택의 과정에 AI가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함에 따라, 인류는 점차 독립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상실하고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존재가 될 위기에 처했다.
3. 소수에 의한 사회 통제와 무기화
AI 기술은 그 자체로 강력한 통제 수단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도구가 화학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듯이, AI가 생성한 정교한 허위 정보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의 의사 결정 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의 강력한 힘이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보편적인 감시 시스템과 검열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관을 대중에게 강요할 수 있다. 절대다수의 인류는 프라이버시를 박탈당한 채, 소수 통제자에 의해 재산, 생활양식, 심지어 생사까지 좌우되는 통제 사회에 놓일 수 있다.
4. 인간 존엄성의 박탈과 영적 위기
동물이 본능에 충실하여 도덕적 사고를 하지 못하듯, 로봇 역시 냉혹한 전자 명령을 수행할 뿐 인간 고유의 영성이나 신성(神性)을 갖출 수 없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AI가 기존의 인류 지식 데이터를 무수히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결과물을 내놓을 때, 이에 의존하는 인간은 단순한 ‘정보 재활용장’으로 전락한다. 진정한 영감과 혁신은 사라지고, 겉보기에만 화려한 재활용 정보만을 탐색하는 퇴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신의 거대한 존재는 인간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불변하는 진실이다. 신은 인간에게 자비로울지 모르나, 냉혹한 과학 법칙은 그렇지 않다. 인류가 자신과 과학의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이미 늦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