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신종과 용수단(龍壽丹)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북송 희령(熙寧) 7년, 가흥(嘉興)의 승려 도친(道親)이 수주(秀州)의 부승정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온주(溫州) 안탕산(雁蕩山)을 유람하던 중이었다.

길에서 도친은 계곡 가에서 걸어가는 베옷을 입은 한 사람을 보았는데, 그가 나뭇잎을 밟고 지나가도 나뭇잎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몸이 가벼워서 마치 날아가는 것 같았다. 도친은 마음속으로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의심하여 산길을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가 절을 하며 예를 갖췄다. 베옷을 입은 기인(奇人)은 도친과 함께 바위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도친이 그의 성씨, 고향, 나이를 물어보았으나 베옷 기인은 모두 대답하지 않았고, 다만 그의 수염과 머리는 새하얗지만 안색은 젊은이와 같았다. 기인이 도친에게 말했다. “지금 송나라가 여섯 번째 황제까지 전해졌소. 9년 후 황제가 큰 병을 얻을 것이오. 당신은 내 약을 가져가서 천자(天子)에게 바칠 수 있소. 이 약은 신하가 복용해서는 안 되며, 복용하면 큰 죄가 있으니 잘 보관하시오.” 기인은 약주머니에서 손가락 끝만한 크기의 보라색 약환을 꺼냈는데, 금석처럼 무거웠다. 기인이 도친에게 약을 주며 말했다. “이 약의 이름은 용수단(龍壽丹)이오.”

▲ 송나라 신종의 초상화.

기인이 떠날 때 도친에게 또 말했다. “내년에 큰 역병이 있을 것이고, 오월(吳越) 일대에 역병이 특히 심할 것이오. 당신의 이름은 이미 저승 명부에 있는데 내 약을 먹고 힘써 선행을 하면 이 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오.” 기인이 손을 뻗어 약주머니에서 잣나무 잎 한 장을 꺼내 도친에게 주었고, 도친은 매우 경건하게 즉시 잎을 복용했다. 기인이 말했다. “당신은 반드시 재난을 면할 것이오! 내 용수단을 잘 보관해 계해년(癸亥年)에 궁궐에 가서 천자에게 바치시오.” 말을 마치고 기인은 떠났다.

이듬해 남방에 진짜로 큰 역병이 돌았고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병에 걸렸다. 사람들이 다투어 추구했던 공명과 이익이 흉악한 병마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고, 주민 열 명 중 대여섯 명이 죽었지만 도친만은 아무 일 없이 무사했다. 원풍(元豊) 6년 여름이 되어 도친이 꿈에서 기인이 재촉하는 것을 보았다. “때가 되었는데 왜 빨리 궁궐에 가서 약을 바치지 않소?” 꿈에서 도친은 천둥번개에 쫓겨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갑자기 놀라 깨어나서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도친은 급히 수주 관아에 가서 자세히 사연을 설명하고 휴가를 내어 수도 개봉(開封)으로 올라가 황궁에 선약을 바쳤다. 재상이 직접 그를 심문했으나 도친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그를 미치광이로 여겨 그의 약을 받지 않았다. 다음 날 재상이 이 일을 신종(神宗) 황제에게 보고하자, 신종이 급히 사람을 보내 추적하여 내시성(內侍省)에서 심문하게 했는데, 도친은 여전히 기인을 만났다고 말했다.

며칠 후 신종이 과연 병에 쓰러졌지만 신종은 용체가 귀중하다고 여겨 내력이 불분명한 약을 쉽게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신종은 어약원(御藥院)의 양종정(梁從政)에게 도친과 함께 역참의 빠른 말을 타고 안탕산으로 가서 향을 피우고 신선 기인을 찾아보게 했다. 그들은 찾지 못하고 처음 만났던 곳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 후 돌아왔다. 신종은 곧 회복되었다. 신종은 자신이 선약을 감히 복용하지 못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단지 내가 병이 있어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예시한 것일 뿐이다.” 마치 여전히 자신의 병이 보통 약을 먹어서 나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심괄(沈括, 몽계필담의 저자)이 나중에 들으니 용수단이 아직 창선각(彰善閣)에 장식품으로 보관되어 있었고, 당시 신종은 전혀 먹지 않았다고 했다. 2년 후 신종은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나이가 고작 40여 세였다.

신종은 아마도 눈으로 직접 보고 믿으려 했고, 직접 신선의 존재를 목격해야만 안심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육안범태(肉眼凡胎, 평범한 사람의 몸과 눈)의 미혹에 빠져 있다는 것을 몰랐다.

신께서는 사람이 미혹 속에서 신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지를 보신다. 사람은 오직 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해야만 진정으로 재해를 소멸시키고 난을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신의 사자(使者)를 미치광이로 여기거나, 입으로는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신께서 진정으로 사람을 도와주시려 할 때는 거부하고 단지 일시적으로 억제하기만 추구한다면, 그러면 신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글/사감(史鑒)